이상심리학

이상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조현병의 특징

pinker-notes41 2025. 7. 2. 13:00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일상과 비정상의 경계

조현병(Schizophrenia)은 '정신분열병'이라는 용어에서 최근 '조현병'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며, 사회적 관심과 낙인이 동시에 증가한 대표적인 이상심리학적 장애입니다. ‘조현(調絃)’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루 맞춘다는 의미로, 마음의 긴장이 일상이 되어 줄이 지나치게 팽팽해지거나 느슨해져 조율이 어려운 상태를 비유합니다. 조현병은 단순히 현실 분별력을 잃거나 이상한 언행을 보이는 병으로만 치부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심리적 현상의 집합체입니다.

이상심리학에서 조현병은 가장 대표적인 ‘정신증(psychosis)’ 스펙트럼의 질환으로 손꼽힙니다. 환각, 망상, 언어 해체, 감정 둔마, 현실검증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일상적 현실 감각을 심각하게 왜곡하거나 방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조현병의 실체는 단순한 ‘미친 병’이 아니라, 생물학적, 심리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한 개인의 인지, 정서, 행동, 사회적 기능 등 삶 전반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복합적 심리현상입니다.

일상에서의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생각보다 희미합니다. 조현병의 특징들은 극단적 일상 단절로만 나타나지 않고, 초기에는 주의력 저하, 의욕 부족, 사회관계의 점진적 후퇴, 소외감 및 현실감 약화 등 소소한 변화에서부터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탓에, 조현병은 한순간에 극심한 증상으로 발현되기보다는, 서서히 삶을 두드리며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족과 사회가 이를 조기에 알아차리고 올바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심리학에서 보는 조현병 특징

 

조현병의 주된 증상과 이상심리학적 진단

이상심리학에서는 조현병을 ‘양성증상’과 ‘음성증상’, 그리고 인지적 증상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류합니다.

1) 양성증상 (Positive symptoms)

이는 ‘정상적 경험에는 없는, 추가된(+) 증상’이라는 뜻입니다.

  • 망상(Delusions)
    비현실적이고 잘못된 믿음으로, 사실이 아님에도 굳게 믿습니다. 피해망상(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 과대망상(자신이 특별한 존재다), 관계망상(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과 관련된다) 등이 대표적입니다.
  • 환각(Hallucinations)
    실제로는 자극이 없는데, 감각적으로 경험합니다. 환청이 가장 흔하며, 때로는 환시(보이지 않는 것을 봄), 환촉, 환취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 해체된 언어/사고와 행동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거나 논리가 끊기고, 엉뚱한 행동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이해하기 힘든 말, 주제와 무관한 대답, 목표 없는 행동 등입니다.

2) 음성증상 (Negative symptoms)

정상적 기능이 줄거나(-)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 감정표현 감소(정서적 둔마):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반응이 거의 없어지고, 표정·목소리가 단조롭게 변합니다.
  • 의욕 부족(무의욕, 무감동): 평소 하던 일상의 활동(청소, 취미, 자기관리)이 현저히 줄고, 무기력・무관심이 두드러집니다.
  • 사회적 위축, 소외: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대화하는 것을 피하게 되고 자꾸 방안에만 머뭅니다.

3) 인지적 증상

  • 주의력, 기억력, 논리적 사고 저하
    정보를 모으고 판단하는 능력, 과제수행, 대화 흐름 유지 등이 떨어집니다.

조현병은 이처럼 다양한 증상이 ‘섞여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사람에게 복수의 증상이 동시 또는 시기에 따라 번갈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 기준(DSM-5 등)에 따르면,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대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사회·직업·가족 등 여러 기능에 현저한 장애가 있을 때 진단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진단명보다 중요한 것은, 각 증상이 개별적으로도 심각한 고통을 안길 수 있으므로, ‘특이 행동=조현병’ 식의 속단이나 낙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평가와 지원이 필수라는 점입니다.

 

조현병의 원인과 사회·문화적 맥락

조현병의 정확한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경향(가계력), 도파민 등 뇌 신경전달물질 이상, 태아기/출생시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직접적 유전 외에도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해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현대 이상심리학의 주요 시각입니다.

심리·사회적 요인

어린 시절의 부적절한 양육 환경, 반복된 심리적 상처, 스트레스, 사회경제적 환경, 사회적 지원 부족 등이 조현병 발생 및 악화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절대적 발생을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문화적 요인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 편견, 오해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신분열’, ‘미친 사람’ 등의 용어 사용, 사회적 격리, 취업・주거 차별 등이 대표적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족구조, 질병에 대한 인식, 사회적 지지 양상에 따라 발병 양상과 대처 방식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심적 구조에서는 사회적 연대와 돌봄이 보호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조기 신호와 개입의 중요성

많은 경우, 조현병은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발병하지만, 초기에는 우울, 무기력, 대인기피, 집중력 저하 등 포괄적 신호로 시작되기에 조기 발견과 섬세한 관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지역사회와 연계된 다각도의 지원 체계, 환경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회복과 자기돌봄, 그리고 사회의 역할

조현병은 결코 ‘불치의 병’, ‘조절불가’의 신호가 아닙니다. 현대 이상심리학 및 정신보건 분야에서는 조현병 환자도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지원, 자기이해를 통해 충분히 회복과 적응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자기돌봄과 실질적 회복전략

  • 개인적 차원: 적절한 약물치료, 심리사회적 치료(개별상담, 집단프로그램, 인지재활, 가족상담 등), 일상생활 리듬 유지, 건강한 식습관과 수면 개선, 스트레스 관리, 감정 기록과 목표 설정 등이 중요합니다.
  • 가족/사회적 차원: 편견 없는 지지, 안전한 환경 조성, 반복된 자극・갈등 최소화, 사용가능한 복지 지원(정신건강복지센터, 지역사회 상담실, 사회복귀시설 등) 연결이 매우 큰 힘이 됩니다.
  • 자기이해와 성장: “나는 약하다”, “이상하다”가 아니라, 경험을 자기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여, 재발 가능성과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안내와 지원

조현병에 대한 정보와 체험을 사회가 넓게 공유하고,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담, 진단, 치료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편견이나 오해, 낙인 대신 심리적 회복이 가능한 ‘평범한 의료적 지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참고 및 안내]
본 글은 DSM-5,  『이상심리학』 권석만, 한국심리학회, WHO 등 국내외 정신건강 자료를 참고하여, 정보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조현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뇌기반 심리현상입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악화될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지역사회 상담자원을 적극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사회의 따뜻한 이해와 지원이 조현병의 회복의 핵심임을 잊지 마시길 안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