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학

이상심리학자가 설명하는 직장 내 따돌림(직장 괴롭힘)

pinker-notes41 2025. 7. 11. 07:00

직장 내 따돌림의 실태와 심리적 특성

최근 몇 년간 ‘직장 내 따돌림’, ‘직장 괴롭힘’ 같은 용어가 뉴스와 사회적 논의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예전에는 한두 사람이 겪는 일시적인 트러블 정도로 여겨졌던 문제가, 이제는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며 개개인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건강·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심리 사회적 현상임이 분명해졌습니다. 이상심리학적으로 보면, 직장 내 따돌림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집단 내 권력 불균형, 암묵적 규범, 감정적 상처, 체계적 방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생기는 ‘만성적 스트레스’ 현상입니다.

직장 내 따돌림이란, 특정 직장인이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무시, 소외, 비난, 모욕, 소문 퍼뜨리기, 과도한 업무 전가, 배제 등의 부당한 행동과 언어적 공격을 지속적으로 겪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피해자는 종종 ‘내가 무능해서 그런가?’, ‘별거 아닐 거야’라고 여기며 오랫동안 문제를 숨기고 내면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직 내에서의 소속감 상실, 자기 가치감 저하, 극심한 불안, 수치심과 무력감, 그리고 만성적인 우울 상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직장 내 상하관계, 집단 내부 파벌, 침묵하는 동료 등 심리적 환경요인과도 강하게 연결되어 나타납니다.

 

이상심리학에서 말하는 직장 내 따돌림

따돌림 현상의 원인과 이상심리학적 해석

왜 직장에서는 이런 따돌림이 쉽게 나타날까요? 이상심리학자들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봅니다.

첫째는 조직의 권력구조 문제입니다. 상사 또는 집단 내 영향력이 큰 사람(혹은 소수)이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으면, 다수의 동료는 ‘이러다 나도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침묵하거나 가해 행동에 동참하게 됩니다(‘방관자 효과’).
둘째로, 특정 직무나 위치, 소속의 차이, 업무방식의 차이, 정체성(성별, 연령, 출신 등)에 대한 편견이 따돌림의 불씨가 되기도 합니다.

이상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집단 내 따돌림은 단순한 심리(‘누군가를 싫어함’) 수준을 넘어서, 집단의 불안과 압력을 한 인물에게 투사함으로써 불안을 분산하고자 하는 ‘심리적 방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결과입니다. 조직 내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변화, 불안정 상황이 지속될 때마다 타자를 희생양으로 삼거나 집단의 결속을 위한다는 이유로 허용되는 경우가 많죠.
개인 차원의 심리적 동기로는, 자기 존중감이 낮거나, 타인의 비위를 지나치게 살피는 ‘회피적’ 혹은 ‘의존적’ 성향, 권력지향성, 피해망상, 강박적 통제욕 등의 요소가 따돌림의 발생과 심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피해자와 전체 조직에 미치는 심리적·행동적 영향

직장 내 따돌림 피해자는 만성적 불안, 자기비난, 자존감 붕괴, 우울, 분노조절 장애, 심하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신체화 증상 등 다양한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강박적 회상, 대인기피, 업무능력 급락, 정상적 판단력 저하도 자주 관찰됩니다.
사회적 소외감, 동료와의 신뢰 상실, 업무 미루기, 반복 결근, 극심한 경우에는 자살 사고나 시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이 막대합니다.
조직 전체로 보면, 역시 따돌림은 신뢰감, 효율성, 조직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인재 이탈, 분열, 업무실패, 평판 악화 등 악순환을 부릅니다. 중간관리자와 동료들은 상황을 방관하거나 수수방관하기 쉽기 때문에, 피해자는 “도움 받을 곳이 없다”는 극심한 고립감과 소진을 느끼게 되죠.

이상심리학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이 확산하면서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조직 내 ‘괴롭힘 근절 프로그램’, 익명 상담 창구, 전문가 심리상담 연계, 직장 스트레스 예방 교육, 동료 지원 체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예방·회복과 조직·사회 차원의 과제

이상심리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예방책은 권력구조의 투명성, 열린 의사소통, 조직 내 심리 안전감 조성입니다. 관리자와 리더들이 침묵하는 문화, ‘일 못하는 사람은 당해도 된다’는 왜곡된 규범을 용납하지 않는 강력한 방침을 세워야 하죠. 구성원 개개인이 ‘나만은 아니겠지’라는 방관자 태도에서 벗어나, 작은 징후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외부 지원에 연결하는 적극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본인이 따돌림 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다면, 그동안의 감정과 경험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신뢰할 만한 동료, 노무사, 심리상담사, 외부 지원 센터 등과 연결해 상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서 견디거나 참으려 하지 않는 것, 내 잘못이라는 자기 비난을 경계하고,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문적 해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와 조직이 나누는 시스템이야말로 ‘괴롭힘의 악순환’을 근절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조직과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복지, 동료 지지문화, 갈등 중재 시스템의 일상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맺는말

직장 내 따돌림(직장 괴롭힘)은 단순한 갈등이나 성격 차이 수준이 아니라, 집단과 개인, 심리 환경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현상임을 이상심리학은 보여줍니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한 사람의 심리적 고통이 조직 전체의 신뢰·효율성·건강을 해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감추거나 견디는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고, 적절한 지원망과 상담, 제도적 개입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건강한 심리, 균형 잡힌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진정한 직장문화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 권석만(2023), 「최신 이상심리학」, 학지사
  • Rayner, C., Hoel, H., & Cooper, C. (2002). Workplace Bullying: What We Know, Who is to Blame and What Can We Do? Taylor & Francis.
  • Einarsen, S. et al. (2011). Bullying and Harassment in the Workplace: Developments in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CRC Press.
  • 한국산업간호협회(2021), “직장 내 괴롭힘 사례 및 대책 연구보고서”
  • 한국심리학회(2022), 직장 내 따돌림 및 조직 심리 건강 관련 정책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