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학

이상심리학에서 본 식이장애(거식·폭식)의 이해

pinker-notes41 2025. 7. 5. 23:40

식이장애(거식·폭식)의 정의와 일상 속 현상

스마트폰, 인터넷처럼 음식도 단순히 생존을 넘어 심리적 위로와 사회적 의미를 갖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다이어트’, ‘먹방’, ‘몸매’가 인기 화제어가 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이어지는 몸매 비교, 체중에 대한 집착, 완벽함에 대한 압박 등이 일상에서 우리를 조용히 파고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 자체, 몸, 체중 조절에 대한 집착과 왜곡이 ‘식이장애’라는 심리 현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식이장애란, 개인이 음식 섭취, 체중 또는 체형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하며, 이로 인해 섭식 행동의 심각한 장애와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이는 단순한 다이어트 실패, 며칠간의 폭식 혹은 편식과는 구분됩니다. 식이장애는 아동·청소년, 대학생, 성인 여성에게 특히 많지만, 남성·노년 등 전 연령대에서 점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드러나는 식이장애의 주요 징후는 아래와 같습니다.

 

체중, 칼로리, 음식 구성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내 몸은 뚱뚱하다”는 비합리적 신체 이미지 왜곡이 강하다.

먹지 않거나(거식), 참지 못하고 한꺼번에 많이 먹은 뒤 구토·이뇨제 등 극단적 행동으로 죄책감을 해소한다(폭식).

‘다이어트 중’이 늘 일상이며, 운동/체중조절 방법을 점점 독하게 시도한다.

반복적 폭식, 음식 몰래 먹기, 불규칙 식사, 극단적 금식과 폭식의 악순환이 나타난다.

수면장애, 무월경, 소화 장애, 피부 트러블, 어지럼증 등 신체 이상이 동반된다.

감정 기복, 자존감 저하, 우울, 불안, 대인관계 회피 등이 일어난다.

 

이상심리학에서 식이장애는 뇌의 보상 시스템 변화, 감정 조절 실패, 사회적 압력 등 다차원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복잡한 심리장애로 설명됩니다.

 

이상심리학에서 본 식이장애

이상심리학의 식이장애 진단 기준과 실제 사례

이상심리학과 임상현장에서는 DSM-5(미국정신의학회), ICD-11(세계보건기구) 등의 공식 기준을 활용해 식이장애를 진단합니다. 대표 유형은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Anorexia Nervosa), 신경성 폭식증(폭식증, Bulimia Nervosa), 그리고 폭식장애(Binge Eating Disorder)입니다.

 

거식증: 정상적으로 먹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음식 섭취를 제한하며, 명백한 저체중임에도 계속 살이 쪘다고 느끼고, 체중 증가에 대한 강박이 일상을 지배합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생리 장애, 탈수, 빈혈, 면역력 저하, 기력 상실, 장기손상 등 심각한 신체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폭식증: 반복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단시간 내에 먹고, 곧바로 자책과 불안에 사로잡혀 억지 구토, 설사제·이뇨제 남용, 극단적 단식, 과잉 운동 등 보상 행위를 반복합니다.

 

폭식장애: 폭식 후 보상행동(구토나 약물복용 등) 없이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반복되며, 대개 비만과 우울, 불안 등 동반 심리증상이 심각합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고등학생 A양은 친구와의 몸매 비교에서 극심한 열등감을 느껴 “하루 한 끼만 먹는다” “먹고 토한다” 등의 습관이 자리를 잡았고, 점차 학교생활과 가족관계가 극심히 위축되었습니다. 직장인 B씨는 다이어트 실패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폭식과 단식이 반복되어 업무 능률, 신체 건강이 모두 무너졌다고 호소합니다.
심각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만큼 위중해지기도 하며, 동시에 우울증, 불안장애, 대인기피증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식이장애의 심리적·생물학적·사회적 원인

식이장애의 뿌리를 살펴보면 단순한 식습관 문제가 아닌, 심리적,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배경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요인: 낮은 자존감, 자신감 부족, 완벽주의, 감정조절 실패, 가족 내 갈등, 애착불안 등이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식사를 의식적으로 통제하거나, 폭식 후 자책하며 스스로를 벌주는 행동은 “인생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불안, 억눌린 감정을 투사하는 심리 역동이 작용합니다.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소인, 호르몬 불균형,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의 이상이 식이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회/문화적 요인: ‘마른 몸=다이어트 성공=성공의 조건’이라는 사회적 압력, 미디어에서 반복되는 비현실적 모델 이미지, SNS 통한 고강도 비교 우위 경쟁, 가족 내 식사 문제, 또래 집단 또는 가족의 다이어트 권유 등이 원인이 됩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이 합쳐지며 음식 섭취와 자기 몸에 대한 집착, 일상 기능의 붕괴로 이어지는 이상행동 패턴이 고착화된다고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촘촘히 얽힌 환경과 심리, 생물학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회복을 위한 일상관리와 실천적 조언

식이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는, “나는 왜 음식·체중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감정을 무엇으로 해소하고 있나?”를 곰곰이 살펴보는 자기성찰적 태도가 출발입니다. 명상, 마음챙김 등 감정 인식 기술도 일부 도움이 되지만, 일상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실천적 접근이 권장됩니다.

첫째, 식사·감정 패턴 관찰 및 기록
누구와 언제, 왜 폭식/절식 충동이 심해지는지 하루 일정표, 감정 일기 등을 통해 꾸준히 적어보세요.
둘째, 현실적 식단과 습관으로의 점진적 회복
극단적 식단이나 다이어트 용어 대신, 규칙적 식사 시간, 소량씩 천천히 먹기, 밸런스 있는 영양 습관을 가족, 친구와 함께 실천해 봅니다.
셋째, 오프라인 취미와 관계 활동 확장
식사 이외의 즐거움, ‘자기만의 시간’을 찾는 것이 심리적 허기와 공허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넷째, 주변의 지지망 형성
친구·가족·동료 등이 내 문제를 이해해 주고, ‘체중·외모’ 칭찬 대신 ‘노력, 태도, 관계, 성품’ 등 다양한 기준으로 지지와 격려를 보내도록 유도합니다.
다섯째, 전문가의 도움 받아보기
일정 기간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등 전문기관 상담 및 치료에 적극적으로 연결해  보시길 권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 가족치료, 집단치료, 약물치료 등의 전문 개입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식이장애는 ‘나약함’, ‘의지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심리 질환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맺는 말

음식과 몸,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될 만큼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면, 그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힘겨운 사회, 환경, 그리고 내면적 상처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식이장애 역시 우리 시대가 마주한 중요한 심리적 도전임을 이해하면서, 나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시선, 따뜻한 위로,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건네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합니다.

 

 

[참고 및 안내]
본 글은 권석만 저 『이상심리학』, DSM-5(미국정신의학회), WHO, 한국심리학회 등 국내외 연구 자료를 참고해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거식, 폭식 등 식이장애가 의심되거나 음식 및 체중에 대한 집착이 일상 기능을 해칠 만큼 지속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 공적 기관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식이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회복을 위한 시도와 주변의 도움, 그리고 자신을 위한 이해와 온기가 건강한 삶의 첫걸음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