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학

이상심리학으로 본 디지털/게임 중독

pinker-notes41 2025. 7. 2. 16:00

디지털/게임 중독의 정의와 일상 속 현상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우리는 이전 세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방식으로 끊임없이 접속하고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동영상, 소셜 미디어, 메신저, 각종 애플리케이션 등이 일상적 소통과 오락, 공부, 업무의 수단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만족감과 즉각적인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사용의 확장은 어느 순간 각 개인 삶의 균형과 자기조절력을 위협할 수 있는 그림자, 곧 디지털/게임 중독이라는 심리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디지털/게임 중독을 “개인이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술에 과도하게 몰입해 일상생활, 학업, 대인관계, 신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스스로 사용을 조절하거나 중단하기 힘든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단순한 ‘취미 활동의 과몰입’이나 잠깐의 ‘과사용’과 구별됩니다. 실제로 디지털/게임 중독은 누구에게나, 특히 아동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심지어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과 환경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게임 중독의 전형적 징후로는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있습니다.

  • 사용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줄이려 하지만 실패한다.
  • 게임이나 SNS를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허탈감, 분노가 강해진다.
  • 현실의 관계나 책임(공부, 업무, 가족 소통)을 반복적으로 미루거나 회피한다.
  • 자신의 사용량을 축소하거나 숨길 때가 많고, 대인관계 갈등이 잦아진다.
  • 신체적 증상(수면 부족, 두통, 눈의 피로, 체중증가, 식습관 변화)과 감정기복이 함께 동반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의지박약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뇌의 보상 시스템, 즉 즉각적인 자극과 만족을 저장·반복하는 경로가 점차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중독’을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절 능력이 저하되고 행동, 감정, 사고 전반이 영향을 받는 심리 장애로 설명합니다.

 

이상심리학에서의 디지털과 게임 중독

이상심리학적 진단 기준과 특징, 구체적 사례

이상심리학에서는 디지털/게임 중독의 평가와 진단을 위해 여러 기준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것은 미국정신의학회 DSM-5의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 IGD) 진단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등이 있습니다. 주요 특징 및 진단적 신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 게임이나 인터넷 사용에 집착 또는 강박적으로 몰입한다.
  • 사용 시간을 줄이려 하지만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금지하면 극심한 불안, 초조, 우울, 짜증, 무기력 등 금단 증상을 경험한다.
  • 실제로 중요한 사회적, 학업적, 직업적 의무가 반복적으로 방해받고, 개인건강과 일상관계가 현저히 악화된다.
  • 자기 합리화(“이 정도는 다 한다”, “이게 없으면 못 논다”)나 문제 회피, 사용량 축소 등을 반복한다.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이 온라인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해 새벽 늦게까지 플레이하다가 등교 시간에 맞추지 못하거나, 성적이 급락하면서 가족과의 다툼과 고립감이 심해집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조금만 더 하고 일을 해야지”,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부터”라는 자기합의 속에서 반복적으로 업무 미루기, 회피, 야간 수면습관 파괴 등이 나타납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강의 활성화, 재택근무,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사회 환경 변화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시간 보내기가 정상화되면서, 스스로 중독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도 강화되었습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중독 현상이 단순히 청소년들만의 ‘철없고 책임감 없는 게임 몰입’이 아니라, 성인, 심지어 고령자들에게도 스마트폰, 동영상 스트리밍, SNS 등의 형태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어떤 이들은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불안, 소외, 성취감 부족의 보상 심리로 디지털 세계에서 승리와 인정을 찾고, 실제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가상 커뮤니티에서 해소하려 하기도 합니다.

 

중독 취약성, 환경 및 문화적 배경에 따른 개인차

디지털/게임 중독의 원인을 분석할 때, 이상심리학에서는 단순 개인의 의지력이 아니라, ‘중독에 취약한 심리적·생물학적 특성’ 및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함께 강조합니다.

첫째, 유전적 요인&신경학적 소인
뇌의 도파민 경로 민감성, 충동조절·감정조절력의 불균형 등 신경생물학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는 특정 유전자가 게임, 도박, 인터넷 중독 취약성에 연관된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둘째, 성격과 심리적 특성
우울, 불안, 충동성, 자기존중감 저하, 사회적 소외감 등이 높은 사람일수록 현실 회피 및 디지털 몰입 경향이 강해집니다.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 실패 경험이 많은 성인,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노년층에게서 현저히 높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셋째, 사회적 환경과 가족 패턴
가정 내에서 가족 소통 부족, 지나친 간섭이나 방임, 부모의 과도한 디지털 사용 등은 청소년의 중독 위험을 높입니다. 또래 집단 내 디지털 친화적 문화, “게임을 잘해야 인정받는다”는 정체성, 오프라인 취미생활의 기회 부족 등이 악화 요인입니다.

넷째, 문화와 사회구조의 영향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게임 및 디지털 환경이 앞선 국가입니다. ‘공부, 일, 경쟁’ 중심의 사회 분위기는 현실 도피 대상을 찾게 하고, 또래 커뮤니티 중심의 SNS·게임 문화가 자연히 형성되었습니다.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 온라인 세상에서만 관계 형성이 활발한 최근 사회 환경도 중독 위험을 급격히 높였습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이처럼 개인차와 환경, 사회구조가 중독을 악화하거나 예방하는 보호/취약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중독을 ‘게으름’이나 ‘성격 문제’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회복과 자기돌봄, 실용적 조언, 사회적 지원

디지털/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자기 돌봄과 회복 전략도 이상심리학 연구의 중요한 영역입니다. 마음챙김이나 명상은 제외하고, 다음과 같이 실용적인 접근이 권장됩니다.

첫째, 사용패턴 관찰 및 기록
매일 스마트폰, PC, 게임 등의 사용 시간을 체크해보고, ‘언제, 어떤 감정이나 상황에서’ 몰입이 심해지는지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 봅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자신의 중독 경향을 자각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둘째, 구체적 사용 규칙 설정 및 점진적 실천
‘하루○시간 이상 사용 금지’, ‘식사 시간, 가족모임, 공부/업무 중 사용 제한’ 등 명확한 수칙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 세우고, 이를 가지치기식으로 조금씩 강화해봅니다.

셋째, 오프라인 대체 활동 찾기
게임/디지털 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현실의 취미와 흥미거리를 하나씩 시도해 봅니다. 운동, 독서, 아날로그 게임, 친구 만남, 취미 모임 참여 등이 대표적입니다.

넷째, 사회적 소통 증가
혼자보다는 가족, 친구, 동료 등과 함께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기기의 몰입 위험이 낮아집니다. 대화, 협동 활동, 공동 목표 달성 등 얼굴을 맞대는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섯째, 전문가의 조기 개입
중독이 스스로 조절이 어렵고, 학업, 업무, 관계, 건강에 명확히 해가 될 때에는 반드시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인지행동치료(CBT), 가족치료, 중독관리 프로그램 등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적 지원과 예방
학교, 직장, 지역사회에서 디지털/게임 중독의 위험성과 예방 교육, 상담 프로그램, 대안적인 문화/취미 체험 캠프, 장기적 상담·치료 연결 등 적극적인 예방정책이 필요합니다.

 

맺는 말

디지털과 게임은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임에 틀림없지만, 이로 인해 누구나 원치 않는 심리적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상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게임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무책임이나 약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문화·심리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임을 우리는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과 그로 인한 고통 역시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부끄러운 일이나 숨겨야 할 결함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거나 의지력 문제로만 해석하기보다는, “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됐는가”를 따뜻하게 직면하고, 작은 변화와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전문가, 그리고 사회 전체의 열린 지원과 이해가 더해질 때, 디지털/게임 중독 역시 건강한 자기조절과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 및 안내]
본 글은 『이상심리학』 권석만  , DSM-5, WHO, 한국심리학회 등 국내외 연구 자료를 참고해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게임,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중독이 의심되는 경우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까운 심리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공적 지원 기관을 적극 이용하세요.
디지털/게임 중독은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찾아올 수 있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자기 회복을 위한 시도와 주변 도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보다 건강한 삶의 시작임을 강조합니다.